18.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단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 외적인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단연.

"늙어 보임"

이다.

강변하건데, 실제로.

나는 별로 안 늙어 보인다.

나와 친한 많은 사람들은, 비록 조홍일과 같이 내가 늙어 보인다는 소재로

나를 많이 놀리려 하는 친구까지도 내가 "어떻게 보면 어려보이기도 한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더군다나, 부모님과 나를 꽤 자주 만나뵙는

친척들, 나를 자주 만나뵌 나이가 드신 분들은 나에게 애띠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신다. (나도 안다. 모니터가 무슨 죄가 있나.

보는 여러분 열받더라도 모니터를 치지는 마라. 그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실제로 하셨다.)

말하자면, 분명히 나에게는 어려보이는 일면도 있는 것인데,

왠 일인인지 나를 처음 만나는 또래 사람이나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나를 무지하게 나이 많은 아저씨라고 생각한다.

중학교때와 고등학교 1학년때는 '늙어 보임'이 약간 부끄럽지만서도,

아직 청소년다운 괜히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약간 좋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날이 가면 갈 수록 늙어 보인다는 게 참 나쁨을

절감한다.

무엇보다 대학에 들어와서 내가 느낀 늙어 보임의 나쁜 점은,

도대체 나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 심지어 나는 실제 나이가 많지도 않은 데도

단지 그럴 것 같다는 얼핏 느낌 만으로 - 그렇게 인간 관계에 있어서

벽이 되기 쉬우냐 이거다.

나는 괜히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보여서, 다른 또래 학생들이 나와

친해지기 어려운 무슨 벽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걔중에서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경우는 가끔 사람들 중에는, "저 녀석은 나와 나이가

차이가 별로 날리가 없는 지위에 있는 인물인데......"라고 예상하여

나에게 반말쓰고, 괜히 자기가 `더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굴려고'

(이런 태도란 것이 분명히 있다.) 하는 사람들이, 나의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자꾸 의식 하면서, 계속 끝없이 서먹해 하며 이상한

어색한 태도를 취하는 거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단점은 팔힘이 너무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운동신경이 아주 둔하디 둔하지 만서도, 그래도 지구력이나

달리기 능력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문제를 끼칠 정도로 부족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팔힘이 너무나 없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부족할

정도다.

나는 팔씨름을 하면 무조건 백전백패였다. 고등학교 시절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따운 여학생들 같은과 학생이란 이유만으로 마음껏 손이나 잡아보자고

팔씨름을 했을 때, 여학생들 중에서도 나를 이기는 자들이 꽤 있었다.

이렇게 팔 힘이 부족한 이유는 첫째로는 우선 태어나기를 팔힘이

약간 약하고 몸이 아둔하게 태어났는데다가,

어린 시절에 동네에서 좀 맞고 산 탓에, 이상하게 남과

몸을 부딪기는 스포츠를 좀 두려워 했던 것 같다.

- 약간 이야기가 샌다만, 나는 지금까지 평생 주먹질하면서 치고박고

싸운 싸움에서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다 졌다. - 그래서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아주 어릴때 별로 안하니까, 못하게 되고,

못하니까 더 안하게 되고, 그런 악순환이 국민학교를 거쳐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점차 증폭되어 갔다. 결국 중학교2학년때 약간 방황하던 시기가 정점이 될때까지,

한창 운동해야할 성장기에 나는 참 운동을 안하고 살았다.

그러니 덩치가 큰 나는 팔굽혀펴기도 몇 개 제대로 하지 못하고,

턱걸이도 한 개도 못한다. 또 팔 힘이 가장 일차적인 기본 체력인 농구에도

젬병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사회에서 농구를 이토록 못 한다는 점은

건전하게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사람들과 교제를 하는데 어마어마한

문제점이었다.

더군다나 국민학교3학년때 친구들과 놀러 나갔는데,

너무나 야구를 못해서, 야구를 시켜주지 않았을 때, 나는 그 외로움과

서러움에 얼마나 울었던가. 그리고, 그런 나를 측은히 여긴 어머니께서

내 친구들에게 "재식이도 좀 끼워서 놀아줘라"고 부탁하는 소리를

문을 사이에 두고 들었을 때,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나름대로 비굴했던가.

지금에 와서는 그냥 웃긴 이야기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런 겁많음과 둔함,

운동부족의 결과로 지금 팔 힘이 아주 없는 것 만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긴 하다.

헬스 클럽을 다니기도 하고,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운동에, 꼭 손으로

가방을 들고 다니는 등. 여러가지 일을 했다. 좀 더 화끈한 해결을 위해서

테니스나 수영을 본격적으로 해 볼까 생각 중이지만, 아무래도 무리인

듯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그것은 엄두가 안나고 있다.

일단 헬스 클럽에서 지속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최소한의 팔힘

키우기를 해보자는게 현재의 일차 계획이다.



36. 존경하는 인물

존경하는 인물을 대라고 해서 대중적으로 제일 잘 나가는 과학자의 이름을 댄다면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과학을 연구하는 태도가 내 마음에 전혀 맞지 않을 것이고,

리차드 파인만은 저서에 나오는 자물쇠 이야기는 깊이 있게 온 몸을 뒤흔드는

코메디였지만, 그 사람의 업적에 대해서 심도있게 느낀 적이 없으니 역시 웃긴

사람일지언정 존경하는 인물은 아니다.

시각, 청각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 뛰어난 교양을 쌓아

교육학적, 문학적 업적을 이룩한 헬렌 켈러 역시 대단하지만,

내 생각에 헬렌 켈러는 모차르트가 음악적 재능을 가졌던 것처럼

헬렌 켈러는 비범한 천재적인 언어 능력과 추상화 능력을 가진 결과라고

본다. 헬렌 켈러가 만약 문학적 업적을 쌓는 대신 리만 기하학류의

수학에 몰두했다면 시각의 제약으로 초차원적인 생각을 하는데 쉽게

고통을 느끼는 우리에 비해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초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상상하고 논리를 전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면 어쩌면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이 훨씬 빨리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빠지는 데, 그런고로 많은 위인적속의 인물들이나 영웅들은

대체로 책이나 다른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사람의 상태를 짐작할 뿐이다.

비록 지독한 돈벌레에 사업가였다고는 하나 토머스 에디슨의 인생살이에

감동하는 것이 나의 마음이기는 하지만, "가장 존경"이라는 말을 쓰기에

이런 짐작과 딴 사람의 묘사를 믿고 그 묘사에 따라 어떤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이 좀 문제가 있다는 거다. 말하자면 묘사란 위인전을 재미있게 하기 위한

심상의 나열이요, 결국은 환상의 표현 아닌가.

"자이언트"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초특급 마초 강인한 텍사스인 연기를 보였던

록 허드슨은 게이였고,

마를린 먼로는 외로움에 절규하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진실과 겉포장 된 모습이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기 보다는, 내 생각은

이 겉포장이라는 것, 이것이 허상과 환상의 표현이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텍사스인 이라던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백치 금발 미녀상

같은 것들을 전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은 없으며, 그냥 그런 환상이

재미있으니까 책이나 영화에서 누가 그런 사람이라며 표현하는 것이라는 거다.

그런 뜻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바로, 가장 존경할 법한 인물로

언뜻 떠오른는 사람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을 했던

이승준이다.

또한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짐작으로

- 모순 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은 순수한 내 환상인 것이라는 의미다. -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텔레비젼 리모콘을 개발한 사람이다.

텔레비젼 리모콘을 사용하는 거리란 것이 대체로 단 한발자국만 움직이면

혹은 팔만 뻗으면 텔레비젼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리모콘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사람들이 그 단 한발자국을

움직이기 싫어서, 혹은 팔을 들어 텔레비젼 버튼을 누르기 싫어서

리모콘을 사용하리라는 어마어마한 상상을 해냈던 것이다.

분명히 처음 리모콘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온갖 사람들이 비웃었을

것이다. "아니 그냥 일어서너 채널 돌리고 다시 앉으면 되는데 누가

돈을 더 주고 리모콘을 사겠느냐. 더군다나 정기적으로 건전지를 갈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이 개발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와 꿈을 믿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이사람

저사람 찾아다니며 계속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속는셈 치고 "이게 무슨 아무 쓸 데도 없는 장난감이냐."하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리모콘을 출시했을 것이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랴. 그 리모콘이 결국은 세상을 휩쓸고,

텔레비젼을 보는 문화를 바꾸고, 그냥 손을 뻗어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면 바로 채널을 바꿀 수 있는데 리모콘이 없으면 리모콘을

찾느라 온 방을 뒤지게 되는 요즘의 텔레비젼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리모콘 없으면 귀찮아서 텔레비젼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 요즘엔

정말 많다.

이것은 커다란 플라스틱 고리를 만들어서 팔면, 사람들이 그걸

허리에 걸고 뱅글뱅글 돌리기 위해 돈을 주고 살거라는 훌라우프

개발자의 얼토당토 않게만 들렸던 생각과 비슷하다.

어떤 고정관념을 깨는 참신함과 그 참신함을 추진하려는 강한

의지. 거기에 자신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고통과 힘빠지는 많은 시선속에서도

꾸준히 샘솟았던 삶의 힘이 상상되면서, 누군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그 개발자들을 존경한다.



37. 사랑이란

지금 이 백문백답 자기 소개를 만들면서 참고하는 사이트의 37번 항목이

뜬금없이 '사랑이란'이다.

뭐,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거냐.

그러나 최근의 정황상,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갑자기 여기에 대해서 당연히 인용하게 될 수 밖에 없는 말이 있다.

"사장님은 거울도 안보세요?

도대체 작업이 안되는 얼굴이잖아요.

그래서야 박민주라는 여자가 호르몬이 땡기겠어요?

사람이 첫눈에 뿅갈때 뇌에서 독타민이란 화학 호르몬이 분비되거든요.

독타민이 분비되는 기간은 18개월이고, 단순히 정신적 사랑에 관련된 호르몬이죠.

반면 육체적인 사랑에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일명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하죠."

뭐 어디에 나오는 말인지는 알 사람은 그냥 알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대강 뭐 어떤 거의 일부겠지 하고 상상하고 넘어가면 된다.

호르몬이 땡기는 게 사랑이라는 게 얼핏들으면 냉정한 알콜 냄새나는... 어감이

이상하군. 정정. 얼핏들으면 소독용 알콜 냄새나는 냉정하고 재수없는 과학자나

의사의 대사지만, 사실 뭐 그렇지도 않다.

어떤 사랑하는 사람을 단지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온몸에 그 사랑의

기운이 흘러서 눈 빛. 볼. 입술. 심장. 손가락 끝에 이르기까지 찌릿찌릿한

느낌에 가까운 긴장이 흐른다른 것. 나름대로 많이 로맨틱하지 않나.

사랑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될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사람이 세상을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로 기쁜 느낌을 줄 수 있는

기회임은 틀림없다.

전에 기뻤던 순간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멋있는 여학생한테

용기 내서 무진장 떨면서 데이트 신청했는데, 먹혀 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좀 더 극적인 경우를 상정하자.

아주 심도 있게 사랑스런 여학생이 있다고 치자.

얼마나 사랑스럽냐면. 평소 때는 이놈 저놈하고 농담따먹기 잘하는 나이지만,

그 여학생한테는 왠지 너무 멋있어 보이려고 하다보니까 어림없는 개폼만

잡으려다가 결국 실패 내가 생각하기에도 추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여학생과 뭐 친해질 기회가 있겠냐.

결국 서먹서먹한 관계인데, 보기는 좋잖아. 먼발치에서 그냥 넋 빼놓고

감상을 하는 것이 주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언제 길가다가 마주치지나 않을까 하는 망상을 자주하고.

그래서 심지어 그 여학생이 자주 다니는 곳으로 자기도 괜히 다녀보고.

아주 가끔은 그 여학생이 나오는 꿈을 꿀 때도 있고, 꿈속에서는 영화처럼

그 여학생과 일이 잘 풀리기도 하고.

한편 자기 말고 다른 남학생이 - 이 남학생이 좀 한심한 놈이거나 나랑 원한

관계가 있으면 더욱 효과 만점 - 집적거려 좀 가까워진 듯 싶으면 그렇게

배아프고 질투나고 짜증나기 그지 없는 그런 대상이 있다고 치자.

심지어 공부를 잘하거나 돈을 벌거나 성공하는 것 조차도 항상

'성공해서 멋진 모습으로 저 여학생 앞에 나타나면 되게 폼나겠지'

하는 염두가 떠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로 두고 노력하게 되는

그런,

대형 그레이트 그랜드 사랑스런

여학생이 있다고 치자.

어느 비온 뒤에 개인 멋진 날.

심지어 환상적인 무지개 마저 보일 수 있는, 그러나 아직

촉촉히 젖은 도시의 청량함이 가득한 그런 날.

딱 적당한 살짝 시원한 산들바람이 볼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데.

그 여학생이 돌아보는 모습에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런 세상의 모습과 완벽히 어울리는,

'헉'하고 왠지 숨이 막힐 듯만한 느낌이 드는 신선한 - 형용사가

좀 이상하다만 - 그런 감동이 있는 것인데.

옆에서 딱 곽재식 같은 놈이 바람을 넣는 것이다.

"야, 인생을 한 번 살지 두 번 사냐. 잘되면 초특급 금괴로 가득찬

보물 상자가 있는 보물섬 발견이요, 못되어도 본전인데. 겁다는 건

좀 쪽팔리는 것 뿐인데. 아쉬울게 뭐냐. 밀어붙여라."

온갖 감언이설로 바람 넣는 친구놈과,

마음속 살짝 이는 '세상에 온갖 이상하게 생긴 넘들도 잘만 멋진 여자랑

다니던데, 나도 그 '이상하게 생긴 넘들'만큼 못할 건 뭐냐. 김국진도

이윤성이랑 결혼해서 애가 생긴다는데.'라는 오기에 가까운 어떤 세상의

불공정함에 대한 약한 분노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세상의 날씨와 그 아름다움의 근본적인

원인인 이 아름다운 여학생.

이 세 가지 원인 때문에 그 날따라 살짝 미쳐서.

이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옛날부터 너 정말 좋아했어."

일 수도 있고. 최근 들어 직접 초장에 면상에 대고 사용하는 말로는

활용 안되는 듯 하지만,

"사랑해."

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좀 이상하게

"야 오늘 날씨 정말 좋지 않냐. 이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 바닥이 젖어있는

느낌하고 아직 하얀 뭉게구름이 좀 남아 있는 파란 하늘하고 어울리니까.

이런 날씨 좋잖아...."

따위로 말을 시작해서 결국.

"너도 정말 예뻐보인다."

로 나가는.

어쨌거나 이렇게 이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사랑스런 여학생에게

이렇게 직접적인 상호 작용의 첫 손을 내밀었는데.

감격적이게도, 그리고 놀랍고도, 가슴 벅차오르게도.

아.

이 여학생도 사실은,

사실은 말이지.

가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내 생각을 하며 보내는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그 여학생도

사실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때 느껴지는

자동으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의식과 마음은 이미 사랑의 기쁨으로

하늘 끝을 날고 있기에 미소가 떠오르는지 표정관리가 어떤지 생각도 할 수

없는 즐거움.

그야말로 세상의 주인이 되어 그녀와 함께 무지개 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

무슨 일이건 다 해낼 수 있을 듯한 그 짜릿한 기쁨.

그것이야 말로, 인간이란 제한된 존재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멋진, 그야말로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아야 할만한 감동 아니겠는가.

더하기.

만약. "좋아했어."

해도, "그러냐? 그건 정말 고맙네. 그런데... 난 어쩌고 저쩌고 하니. 부담되네."

라는 말을 듣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너도 정말 예뻐보인다." 해도,

"그냐? 헛소리 하기는. 너 어디가냐? 난 밥먹으러 갈래. 빠이빠이."

라는 사실상의 무관심 내지는 회피를 당했을 시에는.

꽤 좌절감이 분명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좌절감은,

방금 내가 행한,

이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뭔가 한 번 수작을 걸어보려고 할때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떨림.

자신에게 자꾸 용기를 내도록 획책하면서 심장을 진정시키고,

그러나 또 심장의 박동이 귀에 들리는 그 느낌.

이런 모든 멋진 모험과 기대, 짧은 순간에 온갖것이 꿈처럼 붕떠서

교차하는 그 강렬한 어떤 심리적인 느낌은,

비록 그 결과가 실패한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인생에 있어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랑하는 사람만의 행복이라고 본다.

내 생각에 사랑이란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